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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토리

꿈꾸는 유치원교사

by krystal.kim 2021. 6. 29.

유아교사의 꿈을 키워가다 -

조용한 시골마을

옆집의 그릇이 몇 개가 되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온 동네가 가족인 듯 서로가 서로를 돌아보며 살아가는 따뜻한 동네가 내가 자라온 고향이다.

어느 날 차로 10분 거리에 아담한 교회가 생겼다.

교회에 경험이 없던 나는 호기심도 생겼고 친절하게 다가오는 목사님 내외에게도 마음이 끌렸다.

우리 집은 대대로 불교여서 교회에 간다는 말하기가 조심스럽기도 했다.

하루는 큰 결심을 하고 부모님께 교회에 가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예상과 달리 좋은 경험일 것 같다고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교회에서 열심히 활동할거라는 생각을 못하셨을 테니까

일요일 아침 교회차를 기다리는 데 콩닥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렇게 나의 교회 진입은 시작되었다.

선물로 성경책도 받았고 거기서 만나는 새로운 친구들도 내겐 그저 즐거움의 일부였다.

기도 할 줄 도 모르고 찬송가도 잘 부르지 못했지만 이전의 일요일과 다른 시간을 보내는 나는 자체만으로 일탈이었던 것이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작은 교회에 유.초등학생 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고 주일학교예배시간에 선생님들의 손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착실히 잘 다니던 나는 반사로 도와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받게 되었다.

어떤 역할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내가 도움이 된다면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몇 주간을 지켜보면서 선생님들을 도와주는 보조교사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 역할은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자연스레 그만두게 되었다.

드디어 대학 진학을 앞둔 고3이 되었다.

진로를 선택하는 다른 친구들은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 역시나 고민을 하던 중에 늘 결론은 유아교육과였다.

내가 대학을 준비하고 있던 무렵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허리를 크게 다쳐서 우리 집의 모든 질서가 무너지고 대학을 말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오빠는 하던 공부 휴학하고 군대를 갔고 언니는 대학교를 중퇴하고 취업을 하게 되었다.

유아교육과로 진로를 선택한 나는 차마 4년제 대학교 가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전문대에도 유아교육과는 있으니 그것으로도 나는 만족했고 갈 수 있음에 감사했다.

대학생활을 하기 위해 학교 근처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피아노도 배워야 하고 색칠하고 오리고 붙이는 과제들도 많아서 방과 후의 시간은 더욱 치열하게 보내야 했다. 자취에 피아노에 들어가야 되는 돈은 많고 집에 돈 이야기 하는 것조차 미안한 상황이었지만 빨리 취업해서 다 갚아주마 생각하고 뻔뻔하게 버티고 지냈다.

정신없이 적응하며 지나간 1학년이 지나고 2학년이 되면서 실습을 나가게 되었다.

실습을 나간 유치원은 교회 부설 유치원으로 복장에 대해서도 규정이 엄격했었다.

평소에 치마를 입지 않던 나는 너무 힘들었었다.

치마에 스타킹에 불편함 투성이었는데 다섯 살 개구쟁이 남자아이들은 내 다리를 문지르면서 부드럽다고 친구들을 불러 모아 같이 만져보라고 하는 일들이 일상이었다.

그런 개구쟁이들과의 일상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선생님들이 지켜보고 계신다는 생각에 꾹 참고 얼굴에는 미소를 띠우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했어야 했다.

실습이 끝나가는 어느 날 전체수업을 치열하게 마치고 퇴근을 기다리는데 주임선생님께서 수진 쌤 누가 찾아 오셨어요’.하셨다. 실습유치원에 나를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기대 없이 나간 그곳에 아버지가 와 계셨다. 아버지는 내내 누워계셔서 오실거라 상상조차 못했는데 너무 놀람과 기쁨이 당황케 하고 눈물이 쏟아졌다.

그날 단둘이 아버지와 데이트를 하고 저녁도 사먹고 나의 작은 자취방에서 아버지는 주무시고 가셨다.

그렇게 아버지는 내게 심쿵 한 추억을 만들어 주신 다음 달 지병이 심해져서 돌아가시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막내딸이 눈에 밟혀서 한 번 더 보고 싶으셨던 것 모양이다.

편찮으셔도 곁에 계신 것만으로도 든든한 아버지셨는데 자취하는 동안 자주 뵙지 못한 죄송스러움에 아버지를 놔 드리는 게 참 힘들었다.

 

여중, 여고를 졸업한 나는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가 살짝 있었다. 유아교육과는 여고의 연장이었다, 넘쳐나는 과제에 피아노 레슨에 나는 남자친구를 사귈 여유가 없었다. 남자친구를 사귀는 친구들이 그저 신기하기까지 했다.

누가 대학교가면 남자친구 사귄다고 말했는지 찾아서 꼭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졸업시기가 다가왔다. 나는 먼저 취업할 수 있게 교수님들께 부탁을 하고 있었다.

전문대2년의 짧은 대학시절은 그렇게 치열함으로 졸업을 하게 되었고 졸업식 전에 소개받은 유치원에 취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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