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있던 날-
유치원선생님들과 회식을 하게 되었다.
메뉴는 돼지갈비. 얼마 전에 새롭게 오픈한 유치원근처의 유명한 식당이었다.
돼지갈비의 정석
식당을 오픈한 주인이 바로 학부모님이셔서 인사차원에서 그 곳에서 회식을 하기로 했다고 하셨다.
드라마에서는 회식을 하면 술도 한잔 씩 하면서 2차로 노래방도 가고 스트레스를 풀던데 학부모님이 하시는 식당에서는 술도 한잔 하면 눈치보일텐데 돼지갈비를 먹으면서 맹숭맹숭하게 그냥 밥만 먹어야 되나 하는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퇴근과 동시에 우리는 개업축하 화환이 골목입구까지 나와 있는 돼지갈비집으로 향했다.
양념이 잘 밴 돼지갈비를 막내인 나는 이쪽 저쪽 테이블을 옮겨다니면서 타지 않게 열심히 구어서 선배선생님들 앞 접시로 배달을 했다.
학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에 갈테니까 신경 써서 옷을 입고오라고 하셔서 나름 멋을 낸 꽃무늬 원피스에는 온통 돼지갈비냄새로 물들어 있었다.
식당을 나오는데 나는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위장이 기억을 못하는듯했다.
2차는 선생님들끼리 가라고 원장님은 빠지셨다.
그래도 어려운 금테 안경 원간선생님이 계셔서 나의 위축은 여전했다.
어떤 설명도 없었지만 일제히 향하는 곳이 있었다.
아마도 자주 들리는 노래방이었는 모양이었다.
‘VIP룸으로 주세요’ 라고 한마디 오친 금테안경원감선생님은 입실과 동시에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미 선배선생님들은 의식과 절차에 짜여진 사람들처럼 번호를 예약하기 시작했다.
얼굴에 붙어있는 것 같은 금테안경을 벗어던지고 가지런히 빗어 묶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18번을 부르기 시작하셨다.
아직도 귀에 들리는 듯 한 조용필의 ‘모나리자’
모나리자가 그렇게 흥겨운 노래인지 처음 알았다.
내게는 깐깐하고 무서운 금테안경원감선생님이신데 모든 걸 내려놓은 신들린 춤사위의 모나리자로 인해 친근한 큰 언니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시작과 동시에 먼저 흥에 취에 모든 걸 불사르는 희생에 덩달아 선생님들도 신나는 금요일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돼지갈비 냄새를 날려버리기 위해 버스 여섯 정거장을 걸어서 왔다.
금테안경 큰언니를 떠올리면서 멈추지 않는 나의 웃음으로 허전한 나의 위장을 달랬던 회식 날이 생각난다.
그 시절 회식은 기다려지고 다음 메뉴를 생각하는 시간이었던 건 분명하다.
지금은 칼퇴근이 회식보다 더 기다려지는것 쯤은 나도 알고 있다.
오랜만에 우리 선생님들과 회식하자고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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