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캐기-
나는 시골에서 자랐지만 우리 집은 농사를 짓지 않았기 때문에 들판의 곡식들과 야채 과일이 어떻게 열리는지, 나물들을 구별하지 못했다.
시골에서 자라면 모두가 잘 알거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유치원에서는 추석이 되기 전 고구마 캐기를 했다.
아마도 교회에서 가꾸는 고구마 밭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 딸기반은 한 고랑을 맡게 되었고 아이들의 손에는 집에서 가져온 모래놀이용 모종삽과 각종 놀이용 도구들이 들려 있었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을 인솔하고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이 들고 갈 고구마를 캐야 만 했다.
미리 누군가가 대 캐놓고 우리는 가서 주어오기만 하면 되는 줄 혼자만의 착각을 했었다. (줍줍을 기대한 나 ㅠㅠ)
한 고랑의 땅은 고구마 줄기가 걷어진 딱딱한 땅에 어디에 고구마가 있는지 알 수 없는 그런 흙무더기와 같았다.
다른 고랑에서 열심히 캐는 선생님을 힐끗 거리면 따라서 했다.
고구마 줄기기 끊어져 있는 곳을 호미와 모종삽으로 파보니까 진짜 고구마가 있었다.
처음 캐보는 고구마였다. 너무 재밌었다.
땅을 팔 때 마다 고구마가 줄줄이 나오는데 금방 바구니를 채울 수 있었다.
내 주변으로 아이들이 몰려오면서 아이들에게 고구마캐는 방법을 전수해 주면서 신나게 한 고랑을 팠다.
그런데 더 깊숙이 파면 고구마가 또 있다고 어떤 할머니께서 지나가면서
말씀 해주셨다.
정말 열심히 딱딱한 땅을 파면서 고구마찾기를 했다.
고구마를 찾는 여정에 땅속의 다양한 곤충들도 발견하고 아이들과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하면서 신나는 하루를 보냈다.
땅을 파면서 지렁이를 처음 발견했을 때 너무 놀래서 소리를 질렀는데 아이들은 지렁이가 뭐가 무섭냐고 선생님인 나를 놀리기도 했다.
다시 태세를 전환하고 전혀 무섭지 않은 척하면서 지렁이가 사는 땅은 아주 건강한 땅이야 라고 설명도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구마를 한바구니 캔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체험행사를 마쳤다.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좀처럼 쓰지 않던 근육을 총 동원해서 사용하면서 근육통이 생겨서 온 몸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내가 그랬다. 요령도 없이 그냥 힘으로 다 캐겠다는 의지하나로 힘을 썼기 때문에 나는 너무 힘들었다.
고구마캐기로 아파서 출근을 못하겠다고 하면 두고두고 흉이 될 것 같아서 이를 악 물고 출근을 했다.
내가 캔 고구마가 간식으로 나왔는데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 내 수고로움이 가치를 높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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