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유치원은 교회부설 유치원이기 때문에 산타행사의 의미는 일반유치원과는 차이가 있었다.
울지 않는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산타할아버지 보다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를 나타내야 했다.
산타행사를 앞두고 전체 교사들이 회의를 했다.
원장님께서 특별히 이번 성탄절은 교회에서 큰 행사를 준비하는데 유치원아이들이 성탄전야에 한 부분을 맡았다고 하셨다.
왜 매번 특별함은 내가 초임일 때 생기는지 의아했었다.
원장님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모든 선생님들의 시선은 나를 향했다.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힘들고 담임선생님들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내 몫이었으니까 또 한번 찾아온 시련과 마주하여야 했다.
‘동방박사와 아기예수 탄생’이란 제목의 동극을 준비하기로 결정이 났다.
학교에서도 어디에서도 동극은 해본 경험이 없었는데 내가 못한다고 말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었고 나는 할 줄 모르지만 해야만 했다.
선배 선생님들로부터 시나리오를 전달받고 역할에 맞는 7세반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해당아이들의 부모님께 허락을 구했다.
시나리오를 읽어보는데 나는 겁이 났었다.
'과연 이 어려운걸 아이들이 해낼 수 있을까?'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성탄절 다음날이길 바랬다.
시나리오에 나오는 단어는 모두 초등학생용이었다. 이해도 잘 되지 않는 어려운 문장들이 많아서 고민하던 끝에 주임선생님의 도움을 받고 좀 더 쉬운 단어로 고쳤다. 역할을 맡은 친구들과 시나리오의 줄거리를 이야기해주고 조금씩 조금씩 대사를 외워갔다.
별을 따라 아기예수 탄생하는 말구유까지 오는 길을 표현해야 했고 아기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는 표현을 해야 했다.
고대이스라엘 사람처럼 표현 하기위해 집에 있는 보자기를 준비하고 아빠들의 와이셔츠에 엄마들의 한복치마까지 받아서 삯바느질하듯이 변신을 시켜서 나름 멋을 부렸다.
이런 커다란 업무를 맡아서 동극을 하기까지 처음해보는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기록하며 다음에 나 같은 초보선생님들께 참고서 같은 역할을 하기 원했다.
성탄전야, 아이들이 순서를 기다리는 무대 뒤에서 나는 아이들보다 더 많은 긴장을 하고 순서를 기다렸다.
드디어 무대에 올랐다.
등장부터 치맛자락을 밟아서 넘어지며 시작했다.
교회를 가득 메운 어른들은 아이들이 귀엽다고 환호성과 박수를 보내면서 나와는 다르게 분위기는 좋았다.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우면서 동극은 시작되었다.
동방박사가 손에 든 유황과 보석을 아기예수님께 전달하면서 동극은 마쳤다.
15분 동극이었지만 내게는 몇 시간이 되는 듯 겨울이지만 등줄기로 땀이
쪼르륵 흐르고 있었다.
무사히 마치고 지도 선생님과 함께 인사하라고 하셔서 땀이 흥건한 채로
나는 아이들과 함께 인사를 했다.
내겐 너무 버거웠던 성탄절의 행사였다.
그 다음 해 부터는 우리 유치원도 좀 더 가벼운 산타행사로 바꿔서 신나게 진행했다.
그런 행사를 좀 더 일찍 했으면 내가 그 고생을 안 해도 됐을 텐데 라는 마음과 동시에 내가 행사를 통해 배운 많은 것들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기회를 얻은 일들이 스쳐지나갔다.
늘 새로움은 나를 변화시키고 배우게 하는 성장요인이 되는 것 같았다.
성탄절행사를 거창하게 치러본 나는 웬만한 행사는 겁이 없고 즐기면서 기획하고 준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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