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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토리

신학기 나의 사건들

by krystal.kim 2021. 7. 7.

드디어 나도 당당한 담임선생님으로 거듭났다.

내가 맡은 반은 5세 오렌지반이었다.

유후~우리 반에는 인턴선생님도 배정되었다.

나에게 이런 행운이 다 생길지 몰랐기 때문에 나의 자존감은 한껏 올랐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인턴 선생님은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잘 도와줘야겠다는 각오도 다지면서 3월 2일 신학기 첫날이 시작되었다.

들뜬 마음으로 우리 반 아이들을 맞이하였다.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을 전에 없이 더 환한 미소와 레몬 빛깔 앞치마를 장착하고 다가갔다.

아이들은 쭈뼛거리면서 하나둘씩 교실로 향했다.

첫날부터 나를 심어주고 싶어서 한음 높인 목소리로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즐겁게 첫날을 보냈다.

하원시간이 되었다. 현관 입구에서 아이들이 신발을 신으려고 하는 데

아이들이 서로 엉켜서 자기신발이라고 싸우고 있었다.

아차~내가 아이들의 신발은 미처 파악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인턴교사로 있을 때 선생님들은 손에 펜을 하나씩 들고 신발장 앞에서 계셨던 모습이 그때야 떠올랐다.

왜 나는 그 생각을 못했을까하는 자책이 계속되었다.

허둥대는 모습을 인턴선생님께 보이고 싶지 않았던 나는 아이들을 앉히고 서로 자기신발이라고 하는 아이들의 발에 맞춰보고 간신히 짝을 찾아서

하원을 시킬 수 있었다.

경력이 그래서 중요한 거였다. 책임을 지고 있는 교사라면 마땅히 알아야 되는 사소한 부분이었지만 나는 정교사가 되어서 인정받는다는 마음에 작은 하나를 놓치고 만 것이었다.

이후로는 신학기 일주일간은 언제나 나의 만능 앞치마 주머니에는 펜이

들어있다.

그렇게 아이들은 보내고 교실청소를 위해 들어왔는데 아뿔사 내가 놓친 게 신발만은 아니었다.

누구 건지 모를 도시락 뚜껑과 숟가락이 눈에 보였다.

우선 씻어서 교실에 놔두기는 했지만 누구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우리 반 어머니들 모두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 드리고 내일 등원할 때는 없는 채로 보내달라고 말씀드렸다.

여기서 왜 안 좋은 일은 꼭 유별난 어머니들일까?

도시락 뚜껑과 숟가락의 주인공이 바로 그 어머니였다.

삼대독자에 온 집안을 통틀어 아들이 유일한 집이다.

첫날이라 이해한다고 하셨지만 나는 간담이 서늘한 것이 앞으로 특별히

주의해야 되는 집이라고 새겨두게 되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말씀과 어머니 자기는 다 이해하고 괜찮지만 아빠와 할머니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를 당부하기도 하셨다.

심적인 부담감과 함께 원장님은 왜 우리 반으로 이 아이를 배정하셨을까

하는 원망 섞인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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