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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토리

처음 전체수업을 한 날

by krystal.kim 2021. 7. 1.

주말동안 일교차가 심해서 그런지 딸기반 담임선생님은 심한 감기로 출근을 하지 하셨다. 그래서 하루의 수업은 온통 나의 몫이 되었다.

수업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나는 머릿속이 복잡하고 배웠던 손유희, 종이접기, 만들기 할 것 없이 마구 섞이고 말 그대로 멘붕이었다.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내리꽂히는 금테안경 원감선생님의 레이져가 순간

번뜩거리며 떠올랐다.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이 등원하기 전 하루를 진행할 일과를 적어 내려갔다.

등원하는 친구들을 환한 미소로 맞이하기, 가방정리하기, 자유놀이, 아침인사나누기, 손유희, 노래부르기, 동시알려주기, 이야기 나누기, 미술놀이, 바깥놀이, 점심먹고 하원하기 나의 일과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심호흡을 하고 나는 유치원 문앞에서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시작은 생각보다 수훨했다.

문제는 자유놀이를 마치고 전체가 모여 앉기를 하는 정리시간부터였다.

피아노를 치면서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모두 제자리 모두 제자리~’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피아노 소리를 듣고 움직이는 아이들이 서너명 뿐이었다.

우리 반 친구들은 25명이었다.

당황스럽지만 나는 피아노를 더욱 세게 치면서 목소리를 높여서 노래를 불렀다.

주어진 자유놀이 시간은 끝나서 다음 활동을 해야 되는데 아이들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단합하여 내 말을 듣지 않기로 약속이라도 한 것 같았다.

아이들이 지금 나와 기 싸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결코 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미소를 잃지 않고 ‘친구들 지금은 자유놀이를 마치고 이야기나누기하는

시간이에요,

'어서 정리하고 자리에 앉아요’ 라고 했다.

멀뚱히 쳐다보던 말썽쟁이 준이가 한마디를 했다.

‘우리 선생님도 아니면서 왜 자꾸 시켜요? 우리 엄마가 오늘 선생님 아파서

안온다고 했는데...’

예상에 없던 아이의 한방에 나는 KO패를 당할 뻔 했다.

나는 다시한번 미소를 장착하고 ‘ 맞아요, 오늘 딸기반 선생님은 아파서 못

오셨어요. 그래서 오늘은 선생님과 신나게 놀이 할거에요. 모두 앉아야 선생님이 오늘 어떻게 놀 건지 얘기해 줄 수 있는데....‘

내 말은 들은 아이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리하고 앉는데만 20분이나 소요되었다.

기 싸움 끝에 아이들이 모두 자리에 앉았다.

놀이라는 말에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나는 놀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빨리 정리시키고 싶어서 내뱉었던 말이었는데 아이들은 기대를 하고 나는 당황을 하고 순간 어떤 아이디어라도 짜내야 했다.

우선 새로운 손유희 부터 배우자고 시선을 돌려보기로 했다.

‘하나하고 하나는 어떤 소리 날까요? 톡 톡 톡톡톡, 톡 톡 톡톡톡~’

이렇게 다섯 개까지 다하고도 나는 멋진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재밌는 동화 비디오를 틀어주고 교실을 빠져나와서 주임선생님께 달려갔다.

“주임선생님 저 어떡하죠?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아요.”

주임선생님께서 웃으시며 “아이들에게는 솔직하게 하는 게 가장 좋아요.

거짓말 하지 않고 아이들과 의논해보세요” 라고 하셨다.

‘아차~나는 유치원 선생님이지’급 반성을 하고 다시 교실로 갔다.

아이들은 동화비디오를 집중해서 잘 보고 있었다.

동화가 끝이 나고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친구들 오늘 선생님이 게임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갑자기 혼자 수업을 하게 되어 미안해요,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놀이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

아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폴짝 폴짝 뛰면서 너무 좋아하였다.

곧 바로 아이들과 의논에 들어갔다.

숨바꼭질, 달리기, 종이비행기 날리기, 블록쌓기, 소꿉놀이, 병원놀이, 등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한 가지를 결정하기 위해 아이들은 하고 싶은

놀이에 스티커를 붙이기로 했다.

가장 많은 스티커가 붙은 놀이를 하기로 하고 아이들은 결정된 놀이를 따르기로 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민주적이었다.

다섯 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던 나는 반성이

되었다.

스티커가 가장 많이 붙은 놀이는 숨바꼭질이었다.

곧바로 놀이터로 나가서 숨바꼭질을 시작했다.

숨바꼭질은 점심을 먹기 전까지 계속 이어졌다.

술래가 된 친구는 숨은 친구들을 찾기 위해 숨지 못하는 장소까지 뒤져가며 놀이에 몰입했다. 나도 놀이에 합류해서 열심히 놀았다.

열심히 뛰어논 이후의 점심은 꿀맛이었다.

신나게 놀이하고 하원 하는 아이들을 배웅하면서 나는 빙글 웃으며 교실로 돌아와 청소를 하고 커피 한잔을 하면서 아이들이 돌아간 자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담임선생님들의 준비가 얼마나 철저 한지, 아이들과 신뢰를 쌓기가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나의 교사 생활에 대한 포부가 생기게 된 하루였다.

다음날 만난 담임선생님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고, ‘우리 어제

정말 재밌었는데 맞지요.‘ 라고 인사하는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우리 반 친구들과 많이 친해진 듯 했다.

이제 아이들이 나를 선생님으로 인정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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